누렁이의 출산

 그 녀석의 이름은 '누렁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부대 안에 들어와 살고 있는 누렁이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늙고 볼품없는 잡종 개다. 털은 갈색에 가까운 누런색이고, 젖은늘어져서 땅에 닿을 듯 말 듯하다. 전에 사람들에게 얼마나 험한 꼴을 당했는지, 사람이라면 그림자만 비쳐도 무조건 피한다.
 얼핏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개에게 아침이면 저주 섞인 원망 소리가 쏟아진다. 이유인즉, 밤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주위를 난장판으로 어질러놓기 때문이다. 누렁이는 기껏청소를 해놓으면 금세 사방을'개판'으로 만들기 일쑤인, 정말이지 예뻐하기 어려운 똥개 였던 것이다.
 우리는 누렁이를 잡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를했지만 매번 헛수고였다. 겁이 많아서 사람 근처로는 아예 오질 않으니 쉽게 잡힐 리 만무 했다. 덫을 놓아도 떠돌이 생활을 해온 노하우가 있는지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누렁이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배가 불룩하게 불러 있는 것이 새끼를 밴 것이 틀립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어느 구석진 풀숲에서 누렁이의 새끼가 발견되었다. 손바닥보다작은 몸뚱이를 올망졸망 서로 부비며젖 달라고 낑낑대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니 어미인 누렁이에 대한 적대감도 수그러들었다.
 그 뒤로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누렁이가 새끼들과 지내는 곳에 누군가밥을 갖다놓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의심스러운 듯 몇번 냄새를 받아보던 누렁이는 이내 그 밥을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했다.그러기를 수차례 누렁이는 더이상 쓰레기통을 뒤지지 안았다. 속썩이는 일이 없으니 이제 누구도 누렁이를 싫어 하지않게 되었다.
 쉬이 풀리지 않던 누렁이 문제의 해결책은 배척과 질타가 아닌 사랑이었음을 뒤늦게나마 우리는 배웠다. 이후 누렁이의 새끼들은 주변 부대와 가정에 분양되어 귀여움을 받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출처: 샘터(2006.06_99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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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샘터에 보낸 사연 한통이 운좋게 실렸던 글 입니다.
(왜~ 병장때는 할 일 없자나요^^;;)
지금 그 누렁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참 이등병때 그 쓰레기 치운다고 미운정 많이 들었더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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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그 누렁이 아님>

by 아직은학생 | 2007/06/21 23:17 | 생각 | 트랙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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